다국적 기업

belba 님의 글을 읽으니 불현듯 떠오르는 하나의 기억.

미국에 가면서 꼭 해야지 했던 일 중에 하나가 '캘빈클라인 옷 사기' 였다. 청바지말고, 한국에서는 20만원이 훌쩍 넘는 이뿐 CK 니트들이, 미국에서라면야 조금은 쌀 것 같아서 꼭 장만하고 싶었던거다. 결과부터 미리 말하자면, CK 옷은 사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지 '못했다' 라는 게 맞을 것 같다.

대충 짐작은 했지만, CK는 미국에서는 국민브랜드로 포지셔닝 되어 있다. 이는 '타미 힐피거' 나 'DK Jeans' 도 마찬가지로, 이 브랜드에는 내가 봐왔던 고급스러운 니트는 커녕, 말 그대로 미국스타일의 면 티셔츠나 가득하고, 청바지도 예의 스타일리쉬한 디자인 보다는, 그냥 퉁~ 떨어지는 바지가 대부분이고, 밑 위가 길고 넓직한 바지도 심심치않게 보인다. 매장 인테리어도 매장 공간 안에 옷걸이가 촘촘히 있고 그 옷걸이에 바지가 촘촘히 걸려있는 등, 나의 기존의 관념을 완전히 뒤엎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매디슨 Ave. 에서 'Calvin Klein Collection' 이라는 샵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CK 라는 말을 들으면 스포티한 청바지 브랜드를 생각했기에, '콜렉션' 이라는 구색을 조금 생경해하며 들어갔더니, 거기서야 내가 바라던 그런 고급스러운, 스타일리쉬한 니트 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정장쪽에 가까운 브랜드라서인지, 가격은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내가 패션업계 정보에 밝은 편이 아니라서 틀릴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CK Jeans 는, 미국 본사로 치면 Collection 의 일부를 떠 안은 채 들어와있는 것 같았고, 그 이유는 물론, 우리나라의 시장 상황을 분석한 결과일 것임에 틀림없다는 결론이다. CK는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수입 브랜드가 되는데(OEM 방식이라 해도), 만약 가격이 저렴한 청바지를 사고 싶다면, 국산 중 중저가브랜드나, 보세/시장 등에서 구매를 할 수 있으므로, 굳이 수입브랜드의 싼 바지를 찾을 이유가 없다.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수입브랜드를 선택하는 까닭은, 그것의 품질이나 가격 보다는, 그 '브랜드' 이기 때문이라는 걸, CK 는 분석해내고, 계속 그 쪽으만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일꺼다.

소비에서 얻는 만족이라는 개념은, 그 상품 자체의 효용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적인 이득과 정서적인 반향도 그 요소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품의 가격에는 이 모든 것들이 반영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니 세계화니 해서 상품 자체는 똑같더라도, (진부한 표현) 그 나라가 처한 경제상황에 따라 특정 상품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달라지는 것이다.

별다방 커피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정말 비싸다. 하지만 '커피' 라는 상품으로 조금 영역을 확장시켜보면, 우리나라에는 비싸봤자 500원인 자판기커피나 1000원 이하의 캔커피/까페라떼 등이 일상형 커피시장을 붙잡고, 스타벅스/커피빈/각종 까페의 커피들이 사치형 커피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2~3달라대의 스타벅스가 일상형 커피시장을 차지하고 있을 뿐, 그 이하 가격의 커피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게 사실이다.

이렇게 치면, 동일한 성격의 재화인 '일상형 커피' 만 비교하였을 때에는, 물가를 감안할 때, 우리나 미국이나-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만약 동일한 브랜드 재화인 '스타벅스 커피' 를 비교로 하면, 스타벅스 커피는 미국에서는 그걸 마심으로 인한 자기 만족이나 선진 커피문화 경험, 혹은 많이 말해지는 '맛' 의 효용이 약하므로 그 가격이라도 사람들이 만족하는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효용을 가질 수 있으므로,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나라에서는 일상재가, 다른 나라에서는 사치재인 경우가 있다. 일상재가 비싸면 소비자들은 싫어하지만, 사치재가 싸도 소비자들은 싫어한다.

by 유세잇 | 2006/07/18 11:34 | + 뉴욕에서보낸한철 | 트랙백 | 덧글(8)

뉴욕 떠나던 날의 안 좋은 기억;

저는 지금 엘에이입니다.
동생, 외할머니 뵈러, 외삼촌 댁에 와 있지요.
미국이 정말 넓은 땅인지라, 뉴욕 동부와는 완전 다르군요..
일단, 날씨부터. 무진장 더워요. (-_-)

어쨌든.

뉴욕 떠나던 날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정말, 최근에, 가장 고생시려웠던 날이 바로 그 날이었거든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짐은 미리 다 챙겨놓긴 했는데,
그러니까, 가방에 짐을 다 넣어놓고, 가방을 닫아놓지는 않았었는데요.
음- 저의 시뮬레이팅과는 달리,
가방이 잠기질 않는겁니다. --;;;
제 몸을 던져 가방 위에 올라 앉았는데도, 가방은 입을 헤~ 벌린채 움직이지 않더군요.

덕분에, 양말 봉지는 이불가방에 쑤셔넣고,
운동화와 책 3권은 제가 드는 가방에 넣었답니다.
노트북에 수첩들에 지갑에 등등하니, 드는 가방이 무진장 무거워서 어깨를 짓누르더군요.

그리고 이불, 방석 등등 세탁기에 넣어놓고 들어와서 청소 싹 하는데,
정말, 덥기도 더웠지만,
배고파서, 이대로 쓰러지겠구나 싶었던게,
집에 일단 먹을게 하나도 없었던데다가, 도중에 갑자기 수퍼 갔다오기도 모해서,
12시까지 굶고 있었거든요.
평소의 몇배나 되는 에너지 소모 중인데, 노칼로리투혼-_- 이자니,
특히 전 오전에 많이 먹는 타입이거든요. ㅠ.ㅠ

그래도, 살아남아; 모든 걸 다 마치고, 김밥 사다 먹고, 뉴욕 삶 정리 완료!

그리고 한국인 콜택시를 불렀는데,
오호! 신기한게, 옐로캡이 아니라, 그냥 승용차가 오더군요. (-_-)
이민자 아저씨들이 낮에 네트워크 형성해서 알바뛰시나봐요;

그래서 라과디아공항에 도착, 짐을 부치고 나니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4시 35분의 비행시간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남았기에
한숨돌리며 동생과 전화하면서 구석에 쪼그려앉았는데 (←좋아하는 자세;)
글쎄, 가방 끈 연결부분 쇠 고리가 늘어나버려 가방과 끈이 분리되는게 아니겠습니까? --;;
앉았을 때 알았으니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랩탑 또 떨어뜨릴 뻔했어요.
(아, 실은 아침에 한 번 떨어뜨려서, 부팅하니 바로 블루스크린으로 인도되더군요;;)

역시나 메이드인차이나는 안돼.. 하면서, 들 수도 있는 가방이라, 손잡이로 어깨에 걸고,
대기의자에 앉아서, 셀카찍으며(-_-), 음악 들으며 놀다가,
들어가려고 일어났는데, 틱~ 소리가 나서 보니, 블라우스 손목 단추가 떨어지더군요.
오늘 처음 입은 옷인데, 맨 아래 단추도 아침에 이미 떨어진터라, 당황치 않고;;
주섬주섬 줏어서 주머니에 넣고, 들어갔지요.

아- 국내선인데도 시큐리티가 상당히 강한게 (미국 뉴욕이니 당연하려나요? -_-a)
조리나 샌달 등의 신발까지 벗게 해서 검색을 하더군요. (=인천공항 수준의 검색)

또 신기했던 건,
라과디아 도착편에서 내리는 사람들과 타는 사람들이 같은 대기실(?)을 써요.
원래 공항이 그렇긴 하지만, 지금까지 본 데는, 그래도 어떻게든 분리가 되어 있어서 섞이지 않았었는데,
라과디아공항이 워낙에 작고 후지긴 했지만, 그렇더라도 신기하더군요.
그러니까, 제가 탈 비행기가, 'Arrived' 한 다음에, 한 20분 청소 하고, 다시 타는..
정말, air bus 라는 느낌이 팍팍 들더군요.

그래서, 타서, 자리에 앉아서, 비행기가, 활주로 진입하느라 서서히 달리기 시작한 시간은 4시 40분 경.

문제는 이제부터였습니다. ㅠ.ㅠ

갑자기, 비행기가 멈추더니, 기장이 방송을 하더군요.
정확히 알아듣진 못했으나, (--;;)
펜실베니아에서 어쩌구, 승객들이 어쩌구, 저쩌구,
결론은, 45분에서 1시간 가량 딜레이 되겠다는 거였지요.

마지까요! 를 외치며(왜 미국에서 일어로 짜증을 냈는지는 분석 불가;) 앉아있었는데...
그게... 1시간 반이 되어도 출발하지 않는 겁니다.
이유는, 이즈음의 방송에서 알았는데요.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뜰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니, 라과디아 공항, 구름은 좀 있었지만, 제 눈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 없었거든요.
펜실베니아 주가 문제가 있더라도,
비행기는 구름 위로 날라가는거 아니었던가요? -_-a

어쨌든, 이해는 안가지만, 기다릴 수 밖에 없었으나,
문제는!!!

제 비행기는 일단 시카고까지 가서, LA 행으로 트랜스퍼하는 거였거든요!
시차를 감안하여 비행시간을 암산해보니 (무진장 헷갈리더이다;)
적어도 6시에는 비행기가 떠야 다음 편으로 갈아탈 수 있겠더군요.
너무 불안해서 동생한테 물어보니, 스튜어디스한테 물어보라길래,
쭐래쭐래 갔더니만..
승객들 다들 배고파하고 힘들어하고 있는데,
스튜어디스들은 맨 앞자리에 다리뻗고 앉아서 자기네들끼리 과자 먹으며 수다떨고 있더군요. (-_-)
뭐, 어쨌든, 겨우겨우 물어보니,
뭐라뭐라 휘리릭~
대충, 그쪽에서도 비행기가 기다려준다는 뜻인 것 같아서,
"그럼 트랜스퍼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라고 다시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일단 안심하고..
제자리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뜨지 않은채로, 7시가 되더군요. (-_-;;;)

알고보니,
(비슷한 내용의 기장 방송을 계속 들으니, 조금씩 정보가 덧붙여져 리스닝이 되기 시작)
썬더스톰이 서쪽에서부터 와서 지나가고 나서 출발하려고 하는데,
그게 갑자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해서,
라과디아 공항에 출발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진거더군요.
기장아저씨 말로는 한 50대가 묶여있었대요.
그러고보니, 비행기를 탄 이후로, 이륙하는 비행기를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배고픈거는 이미 한계를 넘었고;

창가였음에도 실내가 슬슬 어두워지길래,
한국잡지를 읽고 있으면, 집중이 되니까 시간도 잘 가겠다 싶어서
독서등을 켰는데,
고장났더군요.
제자리만요. --;;;;;;;

옆 자리 아저씨가 자기 꺼는 켜 줬는데,
제자리까지는 전혀 환하지 않더군요. (-_-)
덕분에 책 읽기도 포기.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며...

최악의 상황으로,
시카고에서 트랜스퍼를 못할 경우,
큰 도시니까, 좋은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가야겠다, 카드가 있으니 뭐가 걱정이냐.. 하며 있었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비행기 이륙이 시작되더군요. (--;;;)

기장방송, 구름이 비행장까지 다 와서, 곧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최..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었습니다.
덜덜 떨리더군요.
왜냐면, 정말, 해가 다 지지 않았던 시간인데,
창밖을 보면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한 번개가 치고 있었거든요.

여하간, 아주 심한걸 조금 넘기고,
드디어드디어! 이륙!!!
시간은 이미 9시 10분 경..
즉, 비행기 안에서 가만히 앉아서 4시간 반을 있었던 겁니다! (-_-)

그렇게 오래 기다린 것도 처음.
아니, 연착된 것 자체가 처음이군요.
밤에 비행기 뜨는 것도 처음.
비오는데 이륙하는 것도 처음.

그래서 시카고에 거의 다 오니,
스튜어디스언니 방송 하기를,
연결비행기가 4~5대나 있더군요.
그것들이 언제 출발하는지 알려주는데,
LA행은 약 1시간 정도가 남았더군요. 비행기는 10시에 도착했는데, 출발시간은 11시였음. (시카고타임)
하필, 정 반대 건물이어서 15분쯤 걸어가야했지만, (-_-)
게이트에 도착해보니, 그 비행기도 상당히 딜레이된지라,
승객들이 막 바닥이랑 의자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표를 바꾸고, (또 신기했던 점, 자유석이더군요! @.@)
다시 걸어나와 화장실도 들리고 핫도그도 사고 게이트로 돌아오니 출발 10분전.
이 때가 뉴욕 시간으로는 거의 12시가 다 되었으니,
빡센 하루를 보낸지라, 정말 정신이 다 혼미하더군요.


 ((계속됨. 언제쓸지모름. 어쨌든새벽에서야LA도착했음;))

by Nick | 2006/06/05 04:30 | + 뉴욕에서보낸한철 | 트랙백

마지막

이제 떠난다.
이게 뉴욕에서 쓰는 마지막 글이 되겠군.
사실 그동안 못한 포스팅, 나중에라도 중간중간 끼워넣겠지만,
그래도, 뉴욕이라는 곳에 앉아서 쓰는 건 이게 최후의 포스팅이다.

안녕.. ^^/

by Nick | 2006/06/02 02:36 | + 뉴욕에서보낸한철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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